예 림

"퀼트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수집을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이며 처음에는 바느질법과 바늘땀 등의 기술을 중요시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 모던 아트의 견지에서 퀼트의 가치를 인정해 수집하게 되었다"라고 로버트 비숍은 그의 저서 <퀼트, 카바렛, 샘플러, 후크드 하그>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 십년, 혹은 수 백년 전에 손으로 만든 퀼트가 오늘날에는 투자 대상으로 수집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어요.

원래 실용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져 일상에 사용되던 앤틱 퀼트가 오늘날에 이르러 미술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죠.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앤틱 퀼트가 집안 대대로 중요하게 물려져 내려왔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디자인도 다양해 19세기 아플리케에서 대공황시대로 이어지는 알데코 풍의 패치워크까지 폭이 넓다는군요. 그 중 어떤 것들은 미술관에 기부되어 소중히 보관되다가 때로 전람회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감상하게 되기도 하구요. 퀼트가 예술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최근 오크션 가격에서도 잘 알 수 있는 일이 라고 해요. 토마스 우다드라는 사람은 자신의 회사에 걸기 위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된 1930 년대의 아플리케 퀼트를 9000달러에 구입했다는데 이것은 20세기 퀼트로는 당시 최고의 가격이었 다는군요.

1987년 1월의 오크션에서는 사라와 마리 풀이 1840년경에 만든 볼티모어 앨범 퀼트가 176,000달러에 팔렸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죠? 이런 퀼트의 가격 상승은 부수적으로 다른 포크 아트의 가치도 끌어올리고 있대요. 포크 아트 전문가들에 의하면 질이 좋고 디자인이 훌륭하며 보존 상태가 양호한 작품은 어떤 아트라도 계속 가격이 오를 전망이라나요.

요즘에는 수집가와 투자가들도 앤틱 퀼트를 모으고 있는 추세라더군요. 그런데 과거 그 작품들이 만들어지던 시대의 바느질삯을 생각하면 좀 얄궂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19세기에서 20세기초에 퀼트의 바느질삯은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의 퀼터가 실패 1개 당 얼마라고 값을 정해 받았는데 보통 실패 1개에 단돈 50센트의 삯을 받았다고 해요.


당시에는 지금보다 실패도 커서 1장의 퀼트에는 평균 2개 반 정도의 실패가 들어갔다고 하니 기껏해야 1달러 50센트였다는 얘기잖아요? 아무튼 요즈음 미국은 퀼트 제작이 활발해져 빅토리아 시대 퀼트 전성기와 다르지 않은 정도예 요. 여성지들은 퀼트 패턴이 달린 양복과 퀼트 제작법, 그리고 유명인의 집과 사무실에 퀼트를 어 떻게 장식했는가 하는 기사를 앞다투어 싣고 있고, 대기업이나 호텔은 물론 은행까지 중역실과 회의실, 로비 등에 퀼트를 걸기 위해 큐레이터를 고용할 정도라죠.

퀼트 숍과 퀼트 교실, 2000개 이상의 퀼트 그룹, 퀼트 콩쿨, 퀼트전, 퀼트 생산지와 안 솜, 패턴 북, 재봉틀 회사, 특히 퀼트 관 계 출판물은 큰 비지니스가 되었대요. 대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새삼 퀼트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21세기의 문턱에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다시금 바느질을 하게 하는 퀼트가 정말 그렇게 매력 있는 경험의 세계일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비록 예전처럼 바느질을 한 땀 한 땀 해 가는 대신 전동 재봉틀로 드르륵 박는다고는 해도 말이에요.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오래된 스트레스를 요란스레 들춰내 온몸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차분히 자 신을 돌아보며 응어리를 풀어버리는 스타일이 바로 퀼트가 아닐까요?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답답하고, 때론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퀼트의 매력과 가치는 바로 이 '묵묵히 세월과 마주대 하는 것'에 있지 않나 싶어요.